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에 선제골을 터트린 스페인 페란 토레스(왼쪽). AP=연합뉴스
‘무적함대’ 스페인이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연장 끝에 꺾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FIFA랭킹 2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1위)를 1-0으로 제압했다. 0-0으로 맞선 연장 후반 1분 페드로 포로의 다소 긴 크로스를 니코 윌리엄스가 헤딩으로 살려내 떨궈주자, 페란 토레스(FC바르셀로나)가 달려들며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스페인 페란 토레스가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38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간 스페인은 2010년 이후 16년 만에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은 이번대회 8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하면서, 대회 최다득점팀(19골) 아르헨티나와 천하의 리오넬 메시를 막아냈다. 대회 1차전에서 카보베르데와 비기며 주춤했던 스페인은 이후 4강(프랑스)과 결승(아르헨티나)에서 강팀을 연달아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1961년생 데 라 푸엔테 스페인 감독은 역대 최고령 월드컵 우승 사령탑이 됐다.
스페인은 특유의 높은 볼점유율과 강력한 압박, 숨막히는 패스플레이를 펼치면서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를 재미없게 전개했지만, 볼을 계속 소유했고 빼앗겨도 되찾아왔다. 라인을 올리고 2명이 에워싸면서 메시가 거의 공을 못잡게 만들었다. 심지어 후반 추가시간 아르헨티나 엔조 페르난데스가 퇴장당했다. 아르헨티나는 한 명이 적은데도 끈질기게 버텨냈지만 106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아르헨티나는 1962년 펠레가 이끌던 브라질 이후 처음으로 대회 2연패에 도전했으나, 무적함대 스페인에 막혔다.
스페인 19세 초신성 라민 야말은 스무살 이전에 유로와 월드컵을 모두 제패한 선수가 됐다. 메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39세 나이에도 아르헨티나의 ‘도파민 축구’와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8골4도움으로 ‘라스트 탱고’를 마쳤다. 대회 골든부트(득점왕)은 10골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에게 돌아갔다. 그래도 이번대회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선수는 단연 메시였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AP=연합뉴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당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역대급 승부를 펼쳤지만, 이번 대회 결승전은 ‘노잼 경기’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 이후 최악의 경기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킥오프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는 야말과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대회 대미를 장식하는 104번째 경기다. 19년 전 자선행사 때 목욕을 씻겨준 인연이 있던 아르헨티나 메시와 스페인 야말이 나란히 선발로 나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메시는 사상 첫 월드컵 결승전에 3번 선발출전했고, 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최고령 필드플레이어가 됐다. 스페인의 19세 야말과 수비수 파우 쿠바르시는 역대 월드컵 결승에 선발출전한 역대 3, 4번째 최연소 선수가 됐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감독은 프랑스와 4강전 베스트11을 그대로 내보냈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잉글랜드와 4강전과 비교해 선발을 3명을 바꿨다. 수비형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드레스를 빼고, 니콜라스 곤살레스와 호드리고 데 파울, 곤살로 몬티엘을 선발로 넣었지만, 전반전에 중원 싸움에서 밀렸다.
전날 잉글랜드-프랑스의 3위 결정전에서 10골이 터진 것과 달리, 결승전이다보니 양 팀 모두 전반전에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했다. 경기 초반 야말과 메시가 한차례씩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5분 다니 올모의 짧은 패스를 받은 야말이 페널티박스 내 오른쪽에서 왼발슛으로 쐈지만 다소 약했고,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에 막혔다. 곧이어 전방을 향해 내달린 메시에 침투패스가 들어갔지만, 스페인 골키퍼 우나이 시몬이 달려나와 걷어냈다.
아르헨티나 메시(왼쪽)와 스페인 라민 야말. AP=연합뉴스
스페인이 왼쪽 풀백 마크 쿠쿠렐라를 전진배치하자 아르헨티나가 내려설수밖에 없었고, 메시와 훌리안 알바레스에 패스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슈팅 0개에 그쳤다.
스페인은 후반전 초반에도 자신들만의 템포를 계속 가져갔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애를 먹었다.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줄리아노 시메오네와 파쿤도 메디나를 투입하면서 교체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후반 35분 스페인 파우 쿠바르시의 강력한 슈팅이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선방에 막혔다. 이번 대회 모든경기 멀티골을 기록했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35분까지 슈팅 0개 그쳤는데, 그만큼 스페인에 철저하게 통제를 당했다.
퇴장당한 아르헨티나 엔조 페르난데스. AP=연합뉴스
후반 추가시간 경고를 안고 있던 아르헨티나 엔소 페르난데스가 볼 경합 과정에서 쿠바르시에 격렬하게 달려드는 파울로 퇴장 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야말의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슛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후반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최근 6번 월드컵 결승 중 5번째 연장전이 이어졌다. 연장 전반 3분 스페인 페드리의 크로스가 니코 윌리엄스 머리에 살짝 스쳤지만 아르헨티나 골키퍼 마르티네즈가 몸을 날려 또 막아냈다.
야말과 메시가 포옹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연장 후반 1분 스페인이 20번째 슈팅 만에 마침내 아르헨티나 골문을 열었다. 오른쪽에서 페드로 포로의 긴 크로스를 니코 윌리엄스가 헤딩으로 떨궈주자, 페란 토레스가 페널티 박스 내 왼쪽 부근에서 왼발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연장 후반 10분 토레스가 또 한번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였다.
아르헨티나는 116분 만에 첫 슈팅을 기록했다. 연막판 파상공세를 펼친 아르헨티나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 줄리아노 시메오네의 슛이 높이 떴다. 결국 결승전에서는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무릎 꿇었다.
BTS가 북중미월드컵 하프타임쇼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열창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전반전 직후 하프타임쇼에서 케이팝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라이브로 열창했다. 함께 헤드라이너로 나선 마돈나는 브라질 축구레전드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와 함께 등장했다. 샤키라와 저스틴 비버도 열창을 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영국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는 “태양을 쫓으면 세상도 함께 달릴 것”이라는 가사의 Desire를 불렀다. 한국 배우 정호연과 테니스 스타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루이비통 케이스에 담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입장했다. 배우 톰크루즈가 마이크를 잡고 경기 시작을 알렸다.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을 함께 관전한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승 트로피를 만져봤다. 복싱 레전드 마이크 타이슨, 배우 맷 데이먼,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 등 셀럽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